VC 펌 NFX의 블로그 아티클. 2023~2024년 "ChatGPT 래퍼" 스타트업들이 붕괴한 이유를 분석하고, 살아남은/성장하는 AI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택한 "버티컬화(vertical integration)" 전략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한다.
핵심 논지
과거에는 버티컬화(하나의 산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직적으로 장악하는 전략)가 성장 단계 기업의 전유물이었지만, 요즘은 시드 단계 스타트업들조차 처음부터 산업 전체를 아우르는 수직 통합 비전을 들고 나온다고 필자는 짚는다. 단순히 "변호사를 위한 AI 툴"이 아니라 "AI 기반 로펌 자체"를, 단순한 소프트웨어 조달 플랫폼이 아니라 "공급망 전체를 소유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래퍼 세대의 흥망
ChatGPT 등장 직후 첫 물결의 창업자들은 "사람이 하던 일에 모델을 씌우고 구독료를 받는다"는 단순한 전략을 택했다. 카피라이팅 AI, 고객서비스 AI, 법률 리서치 AI 등이 그 예다. 대표 사례로 든 것이 Jasper로, 2022년 15억 달러 밸류에이션에 1억 2,500만 달러를 유치했지만 1년 만에 2023년 매출 전망을 최소 30% 하향 조정하고 정리해고, 공동창업자 사임을 겪었다고 소개한다.
이런 "래퍼" 기업들은 근본적으로 기반 모델의 성능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 베팅했지만,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그 전제가 깨졌다고 설명한다. Anthropic이 2026년 1월 140억 달러였던 매출 런레이트를 5월에 470억 달러까지 끌어올린 사례를 들며, Claude Code·Claude Design처럼 프론티어 랩 스스로가 "2년 전이었다면 그냥 래퍼였을" 제품들을 직접 내놓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단일 태스크에 특화된 "AI for X" 포지셔닝은 결국 일시적 우위에 불과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반면 살아남은 기업들은 처음부터 자신을 "모델 위에 얹은 AI 툴"이 아니라 **"AI를 서비스 제공의 수단으로 삼고, 그 서비스가 필요로 하는 워크플로 전체를 소유하겠다"**는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한다. 예시로 인신상해(personal injury) 소송이라는 매우 좁은 틈새에서 시작해 미국 상위 100대 로펌 중 20%를 고객으로 확보하고 2025년 10월 20억 달러 이상 밸류에이션에 1억 5천만 달러 시리즈E를 유치한 EvenUp, 보험 분야의 Further AI,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의 (NFX가 투자한) Blitzy를 든다. 이들의 공통점은 "지능 자체"가 아니라 워크플로·도메인 지식·사례가 쌓일수록 축적되는 데이터·복잡한 버티컬에 판매하고 운영하는 역량의 조합에 진짜 가치가 있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공장 자체가 곧 제품이다(The factory is the product)"라는 문장으로 요약한다.
초기 단계에서 관찰되는 3가지 버티컬화 전략
전략 1 — 버티컬화로 프론티어 모델의 "순수 지능"을 방어하기
Blitzy(포춘 500대 기업 대상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개발 AI, NFX가 2024년 최초 투자자)의 사례를 든다. 엔터프라이즈 코딩 시장에서 창업자들은 "계약직 개발자 군단에게 팔 도구를 만들 것인가(Cursor·Codex형)" 또는 "AI 자체를 계약직 개발자 군단을 대체할 만큼 훌륭하게 만들어 그 AI 자체를 서비스로 팔 것인가" 중 후자를 택했다고 설명한다. 2024년 당시 업계 통설은 "결국 OpenAI·Claude 모델이 워낙 강력해져서 어떤 스타트업도 경쟁할 수 없을 것"이었지만, 결과는 달랐다는 것이다. Blitzy는 회사 전체 코드베이스의 지식 그래프를 만들고 작업을 잘게 쪼개 가장 적합한 모델에 질의하는 자체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를 구축해, 실제 엔터프라이즈 환경에서 프론티어 랩의 제품들보다 더 나은 성능을 냈고 SWE-Bench Pro에서 66.5%로 1위를 기록했다고 소개하며(최근 14억 달러 밸류에이션에 2억 달러 유치), 복잡한 워크플로를 처음부터 끝까지 소유하는 것이 프론티어 랩의 순수 지능을 이긴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전략 2 — 자동화로 산업 자체를 다시 만들기
NFX 포트폴리오사인 모기지 업체 Tomo의 사례다. 기존 워크플로 위에 소프트웨어(AI)를 얹는 대신, 모기지 심사·영업·운영 전체를 자동화 중심으로 재설계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대출 담당자 1인당 생산성이 경쟁사보다 훨씬 높고, 오늘날 주택구매자의 77%가 전통적 업체보다 Tomo에서 더 나은 금리를 받는다고 소개한다. 필자는 많은 창업자가 기존 워크플로에 맞춰 소프트웨어를 끼워 넣는 데 힘을 쏟다가 정작 워크플로 자체를 새로 짜는 편이 나은 기회를 놓친다고 지적하며, 이는 SaaS 시대에는 유효했던 전략이지만 AI 시대에는 산업을 통째로 자동화 중심으로 재구축하고 고객 경험 개선에 집중하는 편이 더 유효해졌다고 짚는다.
전략 3 — 혼돈에서 질서를(시스템 오브 레코드 구축)
미국 농업 분야의 계절 노동자 비자(H2-A) 처리를 법무법인·엑셀 파일·수기 처리로 뒤죽박죽 관리하던 상황에서, NFX가 2020년 투자한 Seso가 이를 위한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시스템 오브 레코드)를 만들었다고 소개한다. AI 물결이 오면서 Seso는 단순한 "디지털 파일 캐비닛"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원 물류 관리·비즈니스 인사이트 생성·노동 의사결정까지 담당하는 **"시스템 오브 액션(system of action)"**으로 스스로를 전환했다고 설명한다. 레저 분야의 Rec, 장기요양 분야의 Veras도 같은 전략을 취하는 사례로 든다.
경쟁 구도에 대한 우려
이 전략이 지금은 통하고 있지만, 리스크도 있다고 짚는다 — 예를 들어 대형 로펌이 "AI 로펌"의 부상을 감지하면, 자사의 내부 지식을 잠재적 경쟁자에게 넘기는 대신 프론티어 랩과 직접 파트너십을 맺어 자동화를 내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실제로 Freshfields가 최근 Anthropic과 파트너십을 맺은 사례를 언급). 다만 이런 선택지는 대형 로펌·주요 금융기관 같은 거대 플레이어에게만 가능하며, 그들에게도 프론티어 랩과의 협력 비용(치솟는 토큰/LLM 비용, Uber·Microsoft 사례 언급)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더 민첩하게 GTM과 고객 경험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방어력이라고 설명하며, Tomo처럼 저렴하고 간소화된 대안을 제공하는 접근이 기존 업체의 이해관계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에 이런 경쟁 역학 속에서도 우위가 유지될 수 있다고 짚는다.
결론
"래퍼 세대는 끝났다"고 필자는 단언한다. 생존한 기업과 다음 세대 스타트업들은 "가치사슬의 모든 조각을 어떻게 소유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순수 지능(raw intelligence)은 AGI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전례 없는 혁신을 계속 풀어내겠지만, 그 혁신은 결국 누군가 운영하고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며, 그것이 바로 버티컬화의 게임이라고 정리한다. 다만 바이오·딥테크처럼 실행 자체가 워낙 전문화된 일부 영역은 예외적으로 여전히 해자가 된다는 단서를 덧붙인다.
핵심 요약 (20줄)
- NFX는 버티컬화(수직 통합)가 더 이상 성장 단계 기업만의 전략이 아니라 시드 단계부터 나타나는 흐름이라고 짚는다.
- ChatGPT 등장 직후 첫 세대 창업자들은 모델 위에 단일 기능을 얹는 "래퍼" 전략을 택했다고 설명한다.
- 대표 사례 Jasper는 15억 달러 밸류에이션에 1억 2,500만 달러를 유치했지만 1년 만에 매출 전망 하향, 정리해고, 공동창업자 사임을 겪었다.
- 래퍼 기업들은 기반 모델 성능이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 베팅했지만 그 전제가 깨졌다고 짚는다.
- Anthropic의 매출 런레이트가 몇 달 만에 140억 달러에서 470억 달러로 급증하며 프론티어 랩 스스로 과거 래퍼였을 제품들을 내놓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 살아남은 기업들은 AI를 서비스 제공의 수단으로 삼고 관련 워크플로 전체를 소유하는 관점으로 접근했다고 짚는다.
- 인신상해 소송 분야의 EvenUp, 보험 분야의 Further AI, 엔터프라이즈 개발 분야의 Blitzy가 이런 접근의 대표 사례로 제시된다.
- 이들의 진짜 가치는 모델 자체가 아니라 워크플로·도메인 지식·누적 데이터·복잡한 판매 역량의 조합에 있었다고 설명한다.
- 초기 단계 버티컬화 전략 첫 번째로, Blitzy가 자체 오케스트레이션 레이어로 프론티어 랩 모델보다 나은 엔터프라이즈 코딩 성능을 낸 사례를 든다.
- Blitzy는 SWE-Bench Pro 1위(66.5%)를 기록하며 복잡한 워크플로를 통째로 소유하는 것이 순수 지능을 이긴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짚는다.
- 두 번째 전략으로, 모기지 업체 Tomo가 기존 워크플로에 소프트웨어를 끼워 넣는 대신 심사·영업·운영 전체를 자동화 중심으로 재설계한 사례를 든다.
- 그 결과 대출 담당자 생산성이 크게 오르고 주택구매자의 77%가 더 나은 금리를 받고 있다고 설명한다.
- 세 번째 전략으로, 미국 농업 노동 비자 처리를 위한 중앙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Seso가 시스템 오브 레코드에서 시스템 오브 액션으로 전환한 사례를 든다.
- AI 물결을 계기로 단순 기록 관리를 넘어 노동 의사결정까지 담당하는 능동적 시스템으로 진화했다고 짚는다.
- 이 전략의 리스크로, 대형 로펌 같은 기존 업체가 프론티어 랩과 직접 제휴해 자동화를 내재화할 가능성을 든다.
- 다만 이런 대응은 초대형 플레이어만 가능하고, 그들에게도 프론티어 랩과의 협력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 AI 네이티브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민첩하게 고객 경험과 영업에 집중할 수 있어 방어력을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 결론적으로 래퍼 세대는 끝났고, 다음 세대 스타트업은 가치사슬 전체 소유를 목표로 삼는다고 단언한다.
- 순수 지능이 혁신을 계속 풀어내겠지만 그 혁신을 운영하고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결국 버티컬화의 역할이라고 정리한다.
- 바이오·딥테크처럼 실행이 극도로 전문화된 일부 영역은 예외적으로 여전히 해자로 남는다는 단서를 덧붙이며 글을 마친다.